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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스타트업

by 홍머스 2020. 12. 24.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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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

2018년 8월, 드디어 석사를 마치고 막내 삼촌과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

뉴질랜드 - 호주로 이어지는 9박 11일 패키지 여행, 굉장히 들떴다. 석사 학위도 무난히 받았고 회사도 취업이 된 상태, 한달 반동안 아무 것도 안하고 놀자라고 생각했다. 귀국한 이후에는 곰가드와 웅모씨와의 베트남 여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신명나게 놀다가 정신차려보니 입사 2틀전.. 회사 인사팀과 대충 연봉협상을 마무리한 후에 새 출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입사했다.

 

2.

오전 10시, 건물 맨 위 층에서 근로계약서에 싸인을 한 후 팀장님이 날 부서로 데려갔다. IT 회사 답게 수평적인 문화를 지향한다해서 리더 급 이상을 제외한 직원은 직급이 없고 XX님 으로 호칭하라한다. 나이많은 사람께 괜히 죄 짓는 기분을 안은채 리더 께서는 내 자리로 안내해주었고 자리에는 맥북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져 있었다...

 

3.

대기업의 인사팀치고 일처리가 매우 혼잡했다. 사번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쳐야 회사 깃과 일정 관리, 프로젝트 페이지에 접속할 수 있는데 공지받은 적이 없었다. 리더께 말씀드리니 알아보겠다 하시더라. 입사 첫 날이라 대학원 선배들이 커피를 사준다고 건물 카페로 호출하여 갔다. 하하호호하며 이야기를 하던 중 전화기를 보니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5통이나 와 있었다. 전화하니 홍머스님 왜 회의 안들어오시죠..? 아직 내 사번과 비밀번호가 어떻게 되있는지도 모릅니다라고 말하려는 순간 빨리 몇 층 몇 회의실로 오세요~ ... 남은 커피를 호로록 마신 후 회의실에 들어갔다.

 

4.

TW님: 홍머스님 석사 때 뭐 하셨어요~?
홍머스: 아 저 GAN을 이용한 자율 주행 및 음성 인식 등을 했었었죠.
TW님: 오늘부터 얼굴인식 알고리즘 연구하시면 되요..! 일단 detection이 느리니 얼굴 잡고 tracking 쪽으로 가시죠
홍머스: 네 알겠습니다.

내 업무가 정해진 순간이다.

 

5.

Object tracking은 문제가 굉장히 어렵더라. 맨 처음에 잡은 target box를 지속적으로 따라가는 것인데, 연산이 복잡할 수록 latency가 너무 높아지고 연산이 단순하면 occlusion과 같은 순간 변화에 대응을 하지 못해 target을 영영 잃어버리고 만다. 그런데 그것보다 더 어려운 것은 맥북 사용이었다... 리더한테 사번과 비밀번호를 받고 맥북을 켰는데, 요놈은 당연하지만 윈도우키가 없더라. 사파리를 키니까 내가 뭔가 잘못 눌렀는지 창이 작아지고 알트 탭이 없으니 다른 실행시킨 프로그램을 어떻게 찾는지도 모르겠더라.. 인터넷 검색하면 되지 않냐고..? 인터넷 검색해도 뒤로가기를 못하니까 울화통이 터지더라.. 샷건을 꾹 참은 채 환경세팅을 겨우겨우 마무리했다. 입사 첫날이 저물었다.

 

탄성파

1.

친한 친구놈이 전화가 왔다. 군대 동기인데 탁월한 인싸력으로 인기가 많은 놈이다. 얘도 대기업 퇴사하고 ai 스타트업에서 해외영업 파트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 회사에서는 딥러닝을 이용해 공정 데이터 분류하는 솔루션을 판매하는 회사인데 ai 스타트업 중 거의 유일하다시피 제대로 된 매출을 내고 있는 회사더라.
친구: 야 혹시 니 탄성파 데이터가 뭔지 아냐?
홍머스: 그 땅에다 음파쏘는거 아님?
친구: ㅇㅅㅇ 그게 석유 찾는데 쓰이는데 cnn이 이미지 관련된거 잘하면 그것도 이미지니까 잘되지 않을까?
홍머스: ㅇㅅㅇ 그렇겠지,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친구: 아니 인공지능으로 잘되는 거면 아이템으로 괜찮아 보여서, 함 관련된 기술 서칭해보실?
홍머스: ㅇㅅㅇ

 

2.

Computer science에서는 거의 benchmark로 풀린 데이터셋을 사용하다보니 탄성파 이미지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도 몰랐다. 찾아보니까 이렇게 생겼더라..

아직까지 해석은 못한다. 근데 이 이미지 해석할 수 있는 사람은 자원공학과 출신에서도 석유 공학의 저류층 분야의 물리 검층 분야를 전공한 박사들만 해석이 가능하다. 암튼 이거 가지고 지층 구분하는 게 굉장히 많았고 생각보다 오픈된 데이터도 많았다.

 

3.

홍머스: 야 이거 탄성파 이미지가지고 하는게 많드라 공개된것도 많고
친구: 오 그냐
홍머스: 근데 이 이미지가 뭔진 해석을 못하겠어
친구: 나 주변에서 소개받은 석유공사 출신 사장님 있거든 함 만나볼까
홍머스: ㄱㄱ

 

고문님

강남역에서 주말에 처음 뵌 고문님은 굉장히 유쾌하신 분이었다. 석유 공사 아부다비 지사장을 거쳐 현재 석유 관련 사업을 하고 계시단다. 탄성파 관련 얘기를 하니 바로 영수증 뒷면에 석유 생성원리부터 설명해 주셨다. 1,2시간 멍하니 듣다가 치맥을 한잔 했다. 자기도 요새 인공지능에 너무 관심이 많고 석유 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을 적용하려는 시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하셨다. 여의도에 사무실이 있다고 놀러 오라고 하셨다. 고문님이 가시고 친구와 나는 카페에서 쾌재를 불렀다. 석유공학 도메인 사람은 인공지능 전문가를 찾고 나와 친구는 도메인 전문가를 찾고 있는 와중에 서로 니즈를 정확히 확인했으니 말이다. 더 말할 것도 없었다. 주말에 바로 찾아뵙겠다고 말씀드렸다.